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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英·佛·日 글로벌시대 선진국들의 전략 -공감 기획특집 2010.03.17
작성일 2010-03-18 조회수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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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제활동의 공간은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통합 확대되고 있다. ‘국가’라는 상징성을 띠는 개념보다 ‘도시’나 ‘지역’처럼 경제활동이 집적된 실질적 공간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오래전부터 많은 석학들은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에는 국가보다 지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해왔다.

오마에 겐이치는 “앞으로 ‘지역국가(Region States)’가 글로벌 경쟁시대의 가장 적합한 공간 단위”라고 주장했으며, 캘리포니아대 앨런 스캇 교수도 “‘대도시’의 개념을 넘어 정치 및 경제 주체 역할을 하는 ‘세계도시지역(Global City-Regions)’이 등장해 세계무대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점쳐왔다.

유럽은 오래전부터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 지역이 공동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광역경제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지역 간 초광역개발권, 이른바 ‘슈퍼지역(Super Region)’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영국은 1964년 윌슨 정부가 잉글랜드 지역을 8개 계획지역으로 설정한 바 있고, 1997년 집권한 블레어 정부가 본격적인 광역경제권 정책을 수립했다. ‘9대 광역경제권’ 정책이 그것.

평균 인구 5백60만명, 지역 총부가가치 2천억 달러인 9대 광역경제권은 1998년 본격 출범한 ‘지역개발청(RDA)’이 관장하고 있다. RDA는 최근 우리나라에 설립된 광역경제권지역발전위원회의 모델이다. RDA는 해당 지역의 경제발전과 재개발 추진, 기업 효율성 및 경쟁력 제고, 고용 증진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다.

RDA는 지방정부, 시민단체, 노동조합 및 민간기업 대표 등 15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두고 지역경제 발전전략 등 주요 사안을 의결한다. 또 지역경제 전략을 수립하고 3년마다 이를 수정 보완해 다른 경제 주체들이 이를 참고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RDA는 그간 지역 신규사업 지원, 고용 창출, 인재 육성 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의 ‘지역경제 전략’에 ‘지역공간 전략’을 통합해 광역경제권의 기능적 심화와 확대를 추구했다.
 

강원대 지리교육과 정성훈 교수는 이에 대해 “이제 광역경제권에서 벗어나 초광역개발권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본격 지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2004년 낙후지역으로 꼽힌 잉글랜드 북부경제권(북동부권, 북서부권, 요크셔&험버권)을 살리기 위해 3개 RDA를 연합해 초광역경제권인 TNW(The Northern Way)를 설립해 지원한 바 있다. 영국 북부 초광역경제권(PNR) 정책에 힘입어 국내 차원에서는 북부의 경제 활성화를 통해 남부지역과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차원에서는 북부광역경제권을 최고 수준의 삶의 질을 지닌 세계적 경제 단위로 전환시키는 등 나름의 효과를 거뒀다.

정성훈 교수는 “우리나라는 행정구역이 블록화돼 있고 지역발전 정책이 인프라 확충 등 개발정책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다”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영국의 3개 광역경제권이 힘을 합한 것처럼 자율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도 지역발전을 글로벌 성장의 근간으로 삼고 체계적인 지원과 투자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프랑스의 수도권 집중률은 18.8 퍼센트로 안정되고 반대로 지방의 인구 및 경제성장은 수도권과 비슷해지는 현상을 낳았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토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광역 차원으로 접근해 기존의 도(Department)보다 규모가 큰 구역인 21개 지역(레지옹)을 신설했다. 이후 1963년 드골 정부가 지역발전 정책 전담기구(DATAR)를 만들고 1년 뒤 지역 단위의 행정협의체가 구성되는 등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기구들이 계속 만들어졌다.

프랑스에선 자율적으로 대도시 광역경제권이 형성됐다. 50개가 넘는 자치단체가 힘을 합해 만든 프랑스 제2의 도시 리옹이 그 예. 이후 보르도, 릴, 스트라스부르 등의 지역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대도시 광역경제권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대도시 광역경제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프랑스는 1990년대 이후부터 광역 행정단위인 22개의 레지옹을 묶어 전국을 대광역권으로 나눠 개발했다.

경성대 행정학과 배준구 교수는 “DATAR는 2000년 대규모 하천 유역을 중심으로 한 6개 대광역권을 구상했다”며 “이는 국토 및 지역개발에 있어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장기적 관점의 모의실험”이라고 평가했다.

2004년에는 지역경쟁력 향상과 고용 증대를 위해 경쟁거점 정책도 대거 도입됐다. 기업, 교육 및 연구기관, 지자체 등이 협력하는 산업클러스터를 형성하자는 것. 경쟁거점 정책은 지역 간 및 국경을 초월한 협력 사업에 대한 비중이 높아 2개 이상 지역이 참여하는 산업클러스터가 71개의 경쟁거점 중 38퍼센트를 차지했다. 2008년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경쟁거점 정책이 프랑스 산업 전반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한 프랑스는 광역권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와 지역이 참여해 지역경제 개발에 투자하는 ‘계획계약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때 프랑스의 계획계약을 모방해 지역발전투자협약제도를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

배준구 교수는 “프랑스는 지역발전 사업에 많은 기관이 참여함에 따라 나타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DATAR 같은 조정 및 협력체계를 잘 구축했다”며 “DATAR가 약 50년간 지역정책 기구로서 지역발전을 이끌어온 것처럼 우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발전 정책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도 지역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광역 계획을 수립했다.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전역을 수도권, 긴키권, 규슈권 등 8개 지역으로 구분한 것.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송우경 연구위원은 “일본은 지역의 자립여건 향상과 광역권별 중심도시 성장, 기반시설 구축 등으로 각 지역만의 특성이 뚜렷해지면서 기존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광역 연계협력 사업의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7월 확정된 전국계획에 기초해 10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8개 권역 광역계획이 지난해 수립됐다. 이 계획의 특징은 지역 간 연계협력을 기반으로 한 일본 최초의 ‘지역 주도 계획’이자 ‘권역별 특성화 계획’이라는 점. 도쿄를 포함하는 수도권은 ‘국제 비즈니스 거점기능의 강화’를, 우리나라와 가까운 규슈권은 ‘동아시아 국제교류 프런티어 형성’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권역의 특성과 잠재력에 맞는 발전전략과 사업이 마련돼 있다. 송우경 연구위원은 “한일 양국의 광역경제권 정책의 추진 상황을 미뤄볼 때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광역권 간 연계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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