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농가소득 기대하는 행복이 할아버지, 인상된 보훈수당에도 ‘으쓱’
[올해 나라살림 어떻게] 농어업인·보훈
FTA 이후 경쟁력이 약화한 한국 농어업인을 위한 각종 지원예산이 책정됐다. 쌀 고정직불금 단가가 오르고 밭농업직불제 품목을 확대한다. 귀농·귀촌 지원을 늘리고 농어촌 실정에 적합한 소규모 보육시설을 확충한다. 초점은 농어업인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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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할아버지(70)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십니다. 요즘은 경쟁력이 높은 특용작물 위주로 재배하십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경쟁력을 고려해 생산작물 비중을 조금씩 조정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작물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지난 여름 행복이네는 가뭄과 홍수가 닥칠 때마다 텔레비전을 보며 마음을 졸였습니다. 태풍·호우 등 기상특보라도 내려지면 행복이는 걱정이 앞서 그때마다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곤 했습니다.
안정적 농가수입 확대 행복이 엄마는 행복이 아버지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지난 홍수 때 아버님 경운기가 논두렁에 빠져 못쓰게 됐대요. 배농사도 폭풍에 낙과가 많아 못 팔게 됐고요. 아버님 농사가 걱정이에요. 경운기부터 사드려야겠어요.” 행복이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 뭔가를 찾더니 “정말 안 먹고 안입고 모은 비상금이지만 내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써야지” 하며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행복이 할아버지는 “애비냐? 우리는 괜찮다. 전에는 배가 재해보험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된다더라. 너무 걱정 마라”고 말씀하십니다. 오히려 “우리 행복이 스마트폰 없지? 택배로 하나 보냈으니 이제 LTE로 손주 재롱이나 봐야겠다”며 껄껄 웃으십니다. 행복이 아버지는 “올해 농사가 흉작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라며 만류했지만 할아버지는 “괜찮아. 올해는 쌀 고정직불금과 밭농업직불제 품목이 늘었어. 큰 수입은 기대하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입은 들어올거야” 하고 대답하십니다.
행복이 할머니(68)가 통화 중에 끼어드십니다. “에구 영감, 안정적이라뇨. 쌀만 키우나요? 감자와 고구마 같은 건 어쩌고요? 팔릴지 안팔릴지도 모른다구요.” 할머니 말씀을 들은 할아버지는 그저 쓱 웃으십니다. “할멈은 신문도 안 보시나? 올해부터는 감자·고구마·들깨·양파·대파·쪽파·유채까지 7개 품목이 밭농업직불제 품목에 추가돼. 팔릴 걱정일랑 할 필요 없으시네. 허허….”
귀농인구 지원 확대 요즘 행복이 할아버지는 옆집으로 이사온 나일꾼(40) 아저씨와 자주 얼굴을 보십니다. 아저씨는 최근 귀농해 할아버지께 농사를 배우지요. 할아버지는 아저씨를 ‘양자’라고 부르며 이것저것 살뜰하게 챙겨주십니다.
행복이 할아버지는 나일꾼 아저씨가 귀농에 실패하고 도시로 돌아갈까 늘 전전긍긍하십니다. 수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사람도 힘든 게 농사일인데 이제 막 농사를 시작하는 젊은 사람이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하시는 겁니다. FTA가 체결될 때마다 그런 걱정을 더하십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사 환경이 더 나빠져서 젊은 농민들 힘이 빠질까봐 그러십니다.
그럴 때마다 나일꾼 아저씨는 “아버님, 걱정 마세요.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습니까? 쉬운 일이면 시작도 안했을 겁니다”라며 말씀드립니다. 나일꾼 아저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이 센터에서는 나일꾼 아저씨처럼 처음 농사를 짓는 사람을 위한 각종 지원책과 정보가 쌓여있답니다.
나일꾼 아저씨는 오래 전부터 귀농을 꿈꿔온 도회지 출신입니다. 하지만 농촌에 어린아이들을 맡겨둘 보육시설이 없어 늘 그 꿈을 미뤘지요. 올해 정부가 농어촌에 소규모 보육시설을 확충한다는 소식에 나일꾼 아저씨는 큰 근심 한 가지를 덜었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 농촌에서도 지금보다 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 각종 지원책이 발표됐습니다. 농촌에서 꿈을 이루면서도 도시생활 부럽지 않게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나일꾼 아저씨는 귀농을 결심하셨답니다.
나일꾼 아저씨는 요즘 축사를 새로 짓습니다. 할아버지는 “구제역이라도 닥치면 어쩌려고? 요즘 사료값도 올랐다던데…” 하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십니다. 나일꾼 아저씨는 “이제는 그렇게까지 큰 문제가 일어나도록 정부가 놔두지 않아요. 그리고 사료값은 이제 더 이상 돈 빌려 댈 필요가 없어요. 정부가 사료값을 저금리로 빌려주거든요”라며 축산에 자신감을 내비칩니다.
군인 봉급·수당 인상 행복이 할아버지는 월남전 참전용사로 무공훈장을 받은 멋진 분이지요. 휴농기에 어촌으로 가서 배를 몰고 나가실 때마다 할아버지는 “옛날 메콩강을 따라 배를 타고 진격하던 생각이 나는군”이라며 짙은 눈썹을 쓰다듬으시죠. 행복이 할아버지는 올해 정부로부터 무공영예수당으로 매달 23만원을 받게 됐습니다. 여기에 참전수당으로 월 15만원을 더 받으십니다.
월 38만원으로 각종 수당이 오르는 것은 할아버지의 또 다른 훈장입니다. 나라가 자신의 활동을 인정해줬다는 것이 언제나 자랑스럽기 때문이죠. 해병대를 나온 나일꾼 아저씨는 행복이 할아버지를 찾아갈 때면 언제나 정식으로 거수경례를 하세요. 뿌듯해진 행복이 할아버지는 수당으로 받은 돈을 매년 조금씩 농어업인기금에 기부하십니다. 할아버지는 “이제는 나라를 지키는 일이 우리 농어업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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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