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분권적 지역발전 앞당긴다
때: 2010년 3월 16일 오후 4시
곳: 위원장 집무실(종로구 적선동)
대담: 이재열 나라경제 편집장
이재열 : 오는 5월 취임 2주년이 되는 것을 미리 축하드린다. 그동안 어떤 일에 중점을 두었나?
최상철 : 지역발전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과거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격차 해소를 위한 나눠먹기식 발전정책, 제로섬 지역정책으로부터 광역화ㆍ특화ㆍ지방화ㆍ자율화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패러다임에 따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했다.
이재열 :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나온 것이 3차원 지역정책이라고 들었다.
최상철 : 그렇다. 국토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4+α 초광역개발권’, ‘5+2 광역경제권’, ‘163개 기초생활권’별로 전략을 짰다. 우선 동북아 시대를 맞아 지역 문제도 국가 간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초광역적 또는 초국경적 지역개발을 추진했다. 부산ㆍ울산ㆍ경남의 경우 지역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 일본의 규슈(九州) 지역이다. 서해안 지역은 중국의 산동ㆍ요동 반도 등과 국제적 교류관계가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지역에서 산업 간 연계나 물류ㆍ항만 등의 협력 관계가 이뤄져야 한다. 초광역개발권은 서해안신산업벨트, 남해안선벨트, 동해안에너지ㆍ관광벨트, 남북교류접경벨트(4개 벨트)와 내륙벨트(α) 등 ‘4+α’ 권역이 대상이다. 중앙에서 수립하는 초광역개발 기본구상을 기초로 권역별 종합계획을 수립해 일반회계ㆍ민간자본으로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재열 : ‘5+2 광역경제권’ 전략은 무엇인가?
최상철 : 과거 16개 시ㆍ도별로 지역정책이 추진되다보니 지역 간 중복되는 사업이 많았다. 저마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문화콘텐츠산업(CT)에 나서는 통에 어느 지역도 특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16개 시ㆍ도를 7개 지역으로 통합해 개발키로 했다.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대구ㆍ경북)권, 동남권 등 5대 광역경제권과 강원권ㆍ제주권의 2대 특별경제권이 그것이다. 산업ㆍ대학 육성ㆍSOC 투자 등을 광역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광역경제권별로 발전잠재력, 비전과 목표, 연계협력사업을 담은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앞으로 신설된 광역ㆍ
지역발전특별회계의 광역계정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조달할 것이다.
이재열 : ‘기초생활권 전략’은 어떻게 추진되나?
최상철 : 초광역, 광역에 치중하다 보면 정작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은 소홀히 할 수 있다. 기초생활권 전략은 163개 시․군을 대상으로 교육ㆍ의료ㆍ보건ㆍ복지ㆍ문화 등 주민의 기본적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이다. 현재 시ㆍ군의 절반 이상이 세금 받아서 공무원 봉급도 못 주는 상황이다. 지역개발 사업은 전부 중앙정부의 보조금 사업이다. 210여개나 되는 보조금 사업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다. 그 210여개 사업 예산을 한데 묶은 ‘포괄보조금’ 제도를 이번에 처음 만들었다. 개별 시ㆍ군 또는 공동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해 기초생활권 발전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ㆍ추진하면 중앙은 강력히 지원하려 한다. 앞으로 포괄보조금 제도는 분권적 지역개발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재열 : 정부 부처에서 사업 예산을 쉽게 내놓지 않았을 텐데….
최상철 : 부처 권한을 줄이는 것이다 보니 매우 힘들었다.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신설하고, 현재의 주민세(소득세할 ; 소득세액의 10%에 상당하는 주민세)를 지방소득세로 도입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나라살림도 힘든데 정부가 돈을 내놓으려 했겠나. 담당부처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최종적으로는 대통령께서도 결단을 내림으로써 성사됐다. 포괄보조금,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로 지방의 재정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열 : 지방 재정이 풍족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최근 지자체 호화청사에서도 보듯이 씀씀이를 철저히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상철 : 사전에 계획을 내놓도록 했고, 사후 평가도 철저히 할 것이다. 계획에 따라 재정을 잘 운용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방만하면 포괄보조금을 깎을 것이다. 그리고 하드웨어보다도 소프트웨어 위주로 평가할 것이다. 그릇만 만들지 말고 그릇을 채울 음식을 잘 만들라는 뜻이다.
이재열 :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위한 복안은 무엇인가?
최상철 : 수도권도 우리나라의 한 지역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수도권을 억제해 지역을 살리려 했다. 현 정부는 상생발전, 즉 수도권도 살고 지역도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도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발목은 잡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불합리한 수도권 규제를 합리화하는 한편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개발이익 일부는 지방발전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이재열 : 지역발전위원회는 광역경제권 선도산업과 30대 SOC 선도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최상철 : 기존 시ㆍ도 중심의 전략산업 육성정책을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 중심 정책으로 전환했다. 선도산업 육성이란 광역경제권별로 한두 개 핵심산업을 선정하고, 연구개발ㆍ표준ㆍ특허ㆍ국제협력ㆍ브랜드화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수도권(지식정보산업), 강원권(의료융합, 의료관광), 대경권(IT융복합, 그린에너지), 충청권(의약바이오, New IT), 호남권(신재생에너지, 친환경부품소재), 동남권(수송기계, 융합부품소재), 제주권(물산업, 관광레저) 등 지역 특색에 맞는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30대 선도프로젝트는 광역경제권의 기반시설 확충 사업이다. 광역경제권 내 중심도시와 주변지역 간 연계망 확충, 국제 네트워크 구축, 지방공항과 거점항만 육성을 포함한다. 앞으로 5년간 가용재원을 충분히 활용해 약 50조원(전체 SOC예산의 50% 수준)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재열 : 위원장이 지방 출신이고, 오랫동안 학계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 지방발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것 같다. 위원장을 맡고 나서 많은 노력도 기울였을 텐데,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 수준은 낮은 것 같다.
최상철 : 지역이 중앙정부에 거는 기대가 무척 크다. 그리고 지역의 체감 정도가 낮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역발전은 한번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되지도 않는다. 항상 진행형이며 동태적인 과정이다. 지역의 기대와 국가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타협해가며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 사는 분들의 애향심을 키울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애향심이 없으면 애국심도 존재할 수 없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 떠나고 싶어 한다면 문제다. 국가가 지방의 자존심을 세워주어야 한다. 지방의 교육ㆍ문화ㆍ산업을 살려야 한다. 지방에 대한 배려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교과서도 바꿔 자기 동네의 산과 강,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이재열 : 현 정부의 지역발전 정책을 ‘성장과 균형이 함께 가는 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는데, 평소 바람직한 지역정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상철 : 경쟁과 잠재력 발굴을 통한 발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 지방분권과 자율에 의한 차별화된 발전, 열린 세계화의 논리에 기초한 지역발전 정책이 바람직하다. 지역 간 균형과 지역경쟁력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슬기롭게 조화시켜야 한다.
이재열 : 최근 국내외 여건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역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계적 지역정책의 흐름은 어떠한가?
최상철 : 선진 각국은 국경과 지역을 뛰어넘는 지역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발틱해 연안의 초국가적 지역협력, EU의 지역 간 협력 프로그램이 지역협력의 우수사례이다. 그리고 지역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개발단위를 광역화하고 있는데, 영국의 지역개발청(RDA), 프랑스의 레지옹(région) 사례가 유명하다. 또한 연성 지역주의(soft regionalism), 유연한 지역발전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이 흐름에 부응해 정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역발전 정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전환했다.
이재열 : 무척 건강해 보이시는데, 평상시 건강관리 비결은?
최상철 : 겨우 견디는 정도다(웃음). 지인들과 산에 자주 간다. 토요일 오전 8시 청계산에 올라 오후 2시쯤 내려온다. 요즘 인기 있는 막걸리도 한잔씩 한다.
이재열 : 삶의 가치관 내지는 좌우명이 있다면?
최상철 :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지역개발 연구가 거의 전무했던 1968년 서울대에 우리나라 최초로 ‘도시 및 지역계획학과’를 만들었고, 40년간 그 자리를 지켰다. 지역과 지방에 대해 평생 소명의식을 갖고 살았다.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지역이 다른 곳과 같은 방식으로 개발전략을 펼치면 성공할 수 없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창조적인 생각’을 발휘할 때 지역이 산다. 자원이 없던 전남 함평군은 나비를 통해 지역 이미지를 높이고 관련 산업을 키웠다. 첩첩산골의 경남 거창은 승강기 산업을 유치했고 승강기대학도 만들었다. 갈등적 지역발전으로부터 창조적ㆍ생산적 지역발전이 돼야 한다. 지역이 창의적인 생각을 가질 때 중앙은 적극 지원할 것이다.
이재열 : 올해 최대의 화두는 지역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다. 지역발전위원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계획인가?
최상철 :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지난해 GDP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0.2%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가 빠른 회복세로 회복됐다. 그러나 아직 지역과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 활성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발전위원회는 3차원 지역발전 전략을 심화시키는 한편 지역발전사업 체계를 효율화해 지역경제를 실질적으로 살려나갈 것이다. 현장에 남아 있는 불합리한 관행을 해소해 지역경제 회복을 앞당기고 일자리 창출도 촉진할 것이다. 지방화 시대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포괄보조금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지자체가 자조적 발전을 추구하도록 하겠다. 또한 창조적 사업과 소프트웨어 사업을 장려하는 한편 지방 재정사업 종합평가 및 심층평가 제도를 통해 지방의 책임성을 강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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