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조연설 2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국경간 경제협력방향과 과제
(안 충 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1)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운동은 지리적 근접성, 발전격차, 국토, 인구, 자원 등 상이한 요소 부존도에서 발생하는 자연적 상호보완성을 활용하여 역내 국가들의 공동번영을 성취할 목적으로 역내국가간 제도적 장벽을 철폐하고 인프라의 연계성을 높여 무역, 투자, 금융, 인력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려는 역내 국가들 사이의 초국경화 노력과 현상을 말한다. 세계경제의 글로벌제이션이 심화되면서 EU와 북미에서 인접국가들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지방 대 지방, 지역도시 대 지역도시, 소지역대 소지역 간의 협력체계를 강화하여 초국경 지역발전과 경쟁력을 높여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향상하는데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에서 국경을 사이에 두고 지역, 도시, 소지역간 경제협력은 학자들의 다양한 제안과 담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실행은 시작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2) 중국이 개혁 개방 체제로 전환화면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국경간 협력노력은 중력이론(Gravity Theory)이 제시하는 바와 같이 순수 시장의 힘을 통하여 소지역 협력, 지방과 지방의 협력, 도시와 도시 사이의 협력으로서 하의상향식 (bottom-up)형태로 싹트고 있으나 그 이행 실적은 지극히 저조한 편이다. 공급 사슬망에 따른 동북아 역내 물동량의 획기적 증대와 저가항공기 (low cost carrier)시대를 맞이하여 역내 항공여객수요의 비약적 증대는 국경간 지역협력을 더욱 촉구하고 있다. 동북아의 지역단위 자생적 통합운동은 Sclapino 교수가 지적한 자연경제권(natural economic territory)의 이점으로 공동번영을 가져 올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환황해경제권, 환동해경제권, 싱가포르ㆍ말레지아 조호바르 삼각지대, 메콩강 유역개발, 두만강 유역개발 등은 부분적으로 이행되고 있으나 그 영향력은 아직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금번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동아시아 국가들은 80년대와 90년대를 통하여 세계은행이 지적한 동아시아 기적(East Asian Miracle)의 부활을 위한  『동아시아 정체성』 (East Asian Identity)의 필요성을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감 하면서 중앙정부차원에서 FTA 와 치엥마이 이니셔티브(CMI)등 자구적 금융협력 등 공식적 협력체계를 상의하향 (top-down)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국경간 지역 협력도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3) 지금까지 동아시아공동체는 주로 ASEAN + 한ㆍ 중ㆍ 일 의 틀에서 논의 되었으나 경제적 기능적 측면에서 볼 때 극동러시아, 북한, 대만, 홍콩, 몽고도 포괄 되어야 한다. 그러나경제적 규모나 실질적 추동력으로 볼 때 동북아에 위치하고 있는 한ㆍ 중ㆍ일의 역활이 지대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공동체운동은 사실상 동북아 공동체운동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고 초국경 지역협력도 한ㆍ중ㆍ일 3 국의 국경간 지방 대 지방, 도시와 도시의 협력으로 좁혀 논의할 수 있다. 한ㆍ중ㆍ일 3국이 추구하는 지역발전정책은 대체로 지방정부와 시민이 추진하는 자생적 발전 모델이 아니라 중앙정부주도에 의한 지역별 경제권역과 남북, 동서, 해안선 성장축 등의 개념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염두에 둔 국가주의의 이념을 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국가주의 발전 전략을 지역 시민주도의 자생적 발전 모델과 어떻게 연계하여 상승작용을 유도 할 수 있을 것인가?
- 첫째,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ASEAN 플러스 한국, 중국, 일본이 다기한 역내 자유무역협정(FTA)과 자구적 역내금융협력장치로 CMI를 출범시켜 외부 금융충격을 완화하는 일련의 노력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무역과 투자에 있어서도 ASEAN을 중심으로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FTA를 체결하였다. 그 이외에도 쌍무적 투자보장협정, 과학.기술 협정, 환경 협력 등과 같은 정부와 정부 ㆍ사이의 협력 장치가 작동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협력장치를 더욱 확대하여 더욱 구속력 있는 기구로 발전 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협정들은 국경간 지역협력을 권장하고 역내지방정부와 시민단체에 위임하는 노력이 포함되어야 한다.

- 둘째, 동아시아 통합운동에서 기존의 ASEAN + 한ㆍ중ㆍ일 틀에서 실질적 탄력을 넣을 수 있는 국가는 동북아의 중국, 일본, 한국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들 세 나라의GDP가 역내 GDP의 90%를 점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 제조업 공장으로 있는 사실에서도 자명하다. 이들 3국은 3자간 FTA를 공식적으로 본격논의하고 투자, 에너지, 환경분야에서 협력의 틀을 더욱 구체화 해야한다, 정례적 한중일 정상회의를 준비하고 후속조치들을 모니터링 하기 위하여 서울에 한ㆍ중ㆍ일 정상회의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다.  3국간의 환황해, 환동해 경제권 등의 국경간 지역협력 구상 협력도 정부간 합의에 따라 더욱 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셋째, 동북아공동체운동에서 최대의 장애요인은 바로 폐쇄적이고 호전적인 북한의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남북한 관계에서 보듯이 제도와 이념적 갈등이 상존하고 군사적 긴장이 존재한다면 ㆍ동아시아 공동체 운동은 중요한 도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을 동북아공동체 운동에 합류시키는 다자간 노력이 강구되어야 한다. 동북아에서 국경간 연계성을 높이기 위하여 국경간 협력의 필수요건인 철도, 도로, 항공, 가스관 등의 인프라 연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은 북한이라는 거대한 단절진공관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 남북한 당사자간 개성공단사업이 항상 불확실성과 위기에 놓여 있다면 UN에 의한 다자개발방식인 두만강 개발사업은 역내 한, 중, 일, 북한, 몽고, 극동러시아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협력 방식으로 다자간 구속성 때문에 새로운 조명을 받고 추진될 필요가 있다.

- 넷째, 동북아의 역내 지역간, 도시간 연계성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등의 역내 인프라건설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한 종단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몽골 횡단철도, 시베리아 가스등 자원개발, 송유관 건설은 동북아 국경간 지역협력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토대를 마련하여 줄 것이다. 동북아의 역내인구, 세계적 생산거점으로서의 잠재적 경제력, 다양한 개발금융수요를 감안하여 국제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흡입하기 위한 국제 금융장치로 “동북아 개발은행설립”도 적극 추진 할 필요가 있다.

- 다섯째, 마지막으로 동북아 국가들은 오랜 역사를 통하여 침략과 피침의 역사, 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북한 관계에서 아직도 존재하는 이념적 갈등, 영토분쟁 등 역사적 유산을 치유하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존재하는 역내패권경쟁을 넘어서 역내 공동선을 향한 미래지향적 국경간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들의 비젼과 리더슆을 창출하여야 한다. 동북아에서 국가간, 지방정부, 지역시민들 사이에 상호신뢰가 증진 되면 EU나 NAFTA처럼 동북아는 『다양성의 경제』와 『근접성의 경제』를 활용하여 역사적 갈등을 뛰어넘고 세계적 공동체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