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지역 만들기의 시대이다. 의도했건 아니건 전국 각지에서 살기 좋고, 쾌적하고, 개성 있는 마을과 지역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줄을 잇고, 그 성과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지난 50년 가까운 수도권중심, 도시중심, 양적성장 중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이거나 또는 고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거나 간에 지역 만들기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키워드의 반열에 올랐다. 지역만들기의 이름과 내용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그 이름을 만들어 붙이지 않아도 그 역사는 우리가 인식하기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굳이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행정주도와 하향식 그리고 하드웨어 우선의 20세기형 접근 방식을 가능한 탈피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제 지역 만들기도 과거의 패러다임과 결별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의 주요 원칙으로 첫째, 지역 내발적 발전과 순환, 둘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연계, 셋째, 지역구성원들 간의 파트너십을 든다. 처음부터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원칙에 충실한 사례가 밀양연극촌이다. 새로운 방식의 지역만들기라는 연극 무대가 펼쳐진 과정을 따라가 보자.

최근 지방의 풍부한 문화자산을 활용한 사업들이 많고, 그중에서도 폐교를 활용한 지역문화공간의 활성화가 두드러진다. 강원도 정선에는 아리랑학교, 아리랑예술학교 등이 아리랑문화의 보존과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선의 사례가 지역 고유의 전통예술에 입각한 지역만들기라면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 위치한 밀양연극촌은 새로운 문화요소를 결합하여 ‘살기좋은 지역만들기’에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밀양연극촌은 부산에 소재한 연극단체인 ‘연희단거리패’가 서울과 부산에서의 활동을 뒤로 하고 밀양으로 내려와 폐교(월산초교)를 연극 연습장 겸 극장으로 활용하면서 일구어낸 연극마을이다. 지금은 연극 제작, 교육, 포럼 및 다양한 연극운동을 벌이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영남지역의 문화거점으로 성장하였다.

‘연희단거리패’는 도시에서 쉽지 않았던 문화 활동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폐교를 활용하여 지방의 문화공간을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도시에 집중된 문화기반과 문화 활동의 기회, 즉 문화의 양극화에 도전장을 내던진 것이다. 그 결과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자체 공간을 확보한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국연극의 메카를 지향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독특한 지역만들기의 과정에서 밀양시의 선택이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 1999년 당시 밀양시장이 손숙 전 환경부장관과 연출가 이윤택을 만나 연극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두 사람의 마음이 밀양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결과 극단은 5000평에 이르는 넓고 저렴한 극장과 연습실을 갖게 되었고, 밀양시는 낙후된 지역의 문화기반에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밀양시는 교육청에 학교의 임대료를 대신 납부하거나 시설 개선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지역주민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지역의 문화공간에 애정과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자체와 주민 그리고 극단이 서로 협력관계를 쌓으면서 지역문화 기반 형성의 성공사례를 만든 것이다.

극체험, 연극축제 등이 활발하게 펼쳐지면서 이제 밀양시는 연극촌을 도시의 대표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전국의 연극매니아들에게 부산의 국제영화제에 비견되는 대표적인 축제가 되었다. 또한 2006년 축제에는 유료관객이 2만4천명으로 작년에 비해 50%나 늘었다. 이처럼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는 지역 홍보와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곳간을 채워주는 일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