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50만 명의 항구도시 요코하마는 일본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공디자인의 메카’로 통한다. 요코하마의 도시 디자인이 성공한 요인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요코하마시청 도시정비국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쿠니요시 나오큐키 씨 등 공무원의 장인정신이 꼽힌다. 그는 선호하는 부서로의 발령 제의도 받았지만 거부했다. 요코하마를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신념 때문에 거부했다. 요코하마는 이처럼 문화예술이 있는 ‘창조도시사업’을 시작해 현재 매년 60억 엔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고, 인사철이 되면 담당공무원이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잡음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도전을 회피하는 등 대구의 공무원 사회가 전반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대구 옛 도심 복원과 도시 디자인, 독서문화 정착과 발전, 공연문화 중심도시 안착 등 도시의 문화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에서 이른바 ‘장인정신’을 발휘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 “대구 중구를 한국의 중심으로”
올해 재선에 성공한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관선청장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다. 초선시절 도심 노점상들을 철거하고 단장했다. 회색 거리에 색깔을 입혔고, 천편일률적인 보도블록을 ‘거리 이야기’에 어울리게 단장했다. 자동차들이 북적대던 거리를 사람이 걷는 거리로 가꾸었다. 점점 위축되던 서문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해 손님들이 비를 맞지 않고 장을 볼 수 있게 했다. 소설가 김원일의 작품 ‘마당 깊은 집’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거리’, 이상화 고택을 중심으로 ‘시와 근대 독립정신의 발견’, 여기에 1950년대 피란기 문화 예술인들의 흔적을 하나씩 찾아내 귀중한 자산으로 알리고 있다.
물론 윤 청장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중앙로를 대중교통지구로 지정하는 바람에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고, 대구 옛 도심의 오래된 건축물을 중심으로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거리로 가꾸려는 정책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도 있다. 노점상 철거 때는 해당 상인들이 구청 앞으로 몰려와 오랫동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고, 윤 청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윤 청장은 중구 주민들에게 ‘내가 사는 고장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해외 도시탐방, 주민교육 등)을 실시해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도시정책 추진에 있어서 관청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책 읽는 대구의 학생들”
대구시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각급 학교의 ‘아침독서 10분 운동’ ‘삶 쓰기 100자 운동’ ‘1인 1책 쓰기운동’ 등으로 전국적으로 이름난 교육공무원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도 유독 칭찬만 한 공무원이기도 하다.
1983년 국어교사로 교직에 몸담은 그는 2000년 3월 대구시 서부교육청에서 교육전문직으로 새 업무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줄곧 독서, 글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책 많이 읽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다녔다는 것만으로도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브랜드’가 형성되도록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한 장학관은 “우리 교육청의 정책 결정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며 “통합적인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인간으로 키우고, 내 고장, 내 나라에 대한 역사의식을 가르쳐 자부심이 넘치는 대한민국 사람으로 키워내고 싶다”고 말한다.
한 장학관 역시 반대에 시달린다. 성적 향상이 급한 학생들에게 독서니 글쓰기는 사치가 아니냐, 독서나 글쓰기 때문에 교사들의 잡무가 늘었다는 등. 그러나 그는 “장기적으로 독서와 글쓰기가 학교성적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선후배 교육자들이 함께 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 “문화예술도시 대구를 향해”
대구시 문화예술과 김대권 과장은 그야말로 지지자 50%대 반대자 50%인 대표적인 공무원이다. 대구의 문화예술인들은 그를 두고 ‘문화예술도시 대구를 만드는 데 적임자’ 라는 평가와 ‘고집불통, 문화예술 대통령’ 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린다. 어떤 평가를 내리는 쪽이든 그가 혼신의 힘을 바치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부분 동의한다.
김대권 과장은 2004년 대구시 문화산업계장으로 문화예술 업무를 시작한 뒤 문화산업과장, 문화예술과장을 역임하면서 공연문화 중심도시, 대구시 중구의 근대 역사성 복원, 출판산업단지 등에 매진하고 있다.
김 과장은 “중구의 근대 역사는 오늘날 한국을 존재하게 한 바탕이다. 중구의 정체성을 브랜드화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다. 민족자본이 형성된 곳, 독립운동의 발상지 등 도시의 근대성을 재료로 대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오페라와 뮤지컬 등 공연예술로 대구 브랜드화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조성중인 출판산업단지를 통해 게임산업, 시나리오, 번역사업 등을 추진해 대구의 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인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문화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장르간 상호 영향력이 강한 분야다. 더디기는 하지만 동시추진이 궁극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옷 벗을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권 과장은 “공연문화도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연예술생산 기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공연산업과 중구 근대성 브랜드화 산업, 출판단지 산업 등을 통해 대구의 외연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신문/2010.12.01/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