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상 기획단장 이임사
저는 2008년 7월 10일 위원회에 부임한 이래 금년 9월 1일 지역발전위원회 지역발전기획단장에 취임하였으며 내년 1월 7일자로 OECD 공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이에 위원장님과 직원 여러분들께 아쉬운 작별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예전에도 OECD 사무국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면 그동안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카드에 좋은 글을 많이 적어줍니다. OECD에서 함께 근무했던 뉴질랜드 출신 과장이 “말을 천천히 하라”고 카드에 적어주었던 기억이 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이장로 팀장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예나 지금이나 제가 고쳐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카드를 읽어보니 우리 기획단 직원들도 제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적어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공무원 30여년 생활을 해왔는데 OECD 대표부에 나갔다가 2012년 복귀할 즈음이면 공직을 마무리 하고 다른 일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2년 전 오정규 비서관님이 박기풍 국장과 함께 저를 위원회로 불러서 고마웠고 직원 여러분도 도와줘서 대과 없이 떠나게 됐습니다. 옛날에 저는 ‘대과 없이’라는 말이 싫었습니다. 큰 실적을 내지 못하고 큰 잘못 없이 지냈다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공무원이 큰 잘못 없이 임무를 완수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모두 여러분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분보다 공직을 많이 한 사람으로서 몇 마디 드리겠습니다. 우선,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로는 insight인데 사물이나 현상의 내면을 뚫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책 기안을 할 때에는 핵심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결론을 내야 하는지 분명히 짚고 출발해야 합니다. 기안 자체가 중요한 정책의사결정입니다. 남보다 고민을 많이 한 후에 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둘째, 여러 주변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일을 해야 합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습니다. 문제의식을 분명히 한 후 서로에게 문의하고 논의를 진행한다면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정책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50% 이상 알지 못하면 입을 다물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일이 많이 진행되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보다는 미리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협의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 항상 고객인 국민을 앞세우는 자세로 일해야 합니다. 공무원들은 정책이 완전히 세팅된 후에 국민들에게 통고하면서 따르라는 식으로 일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주인(principal)인 국민이 대리인(agent)인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은 다시 대리기관(agency)인 우리에게 역할을 위임하거나 자문을 얻습니다. 우리의 최고 고객은 바로 지역에 사는 주민입니다. 중앙부처, 우리 입장만을 앞세우는 행정편의주의로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국민을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제 자신도 잘 실천하지 못했던 사항에 대해 주문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씀을 많이 드렸습니다. 그 동안 여러분들과 정이 많이 들었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과장님이나 박사님들은 앞으로 OECD를 방문할 기회가 많을 겁니다. 향후 파리나 OECD로 오시게 되면 제게 꼭 연락주세요. 지역발전위원회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2월 31일